일상 기억의 일곱 가지 특징과 특이한 기억 현상

일상 기억의 일곱 가지 특징과 특이한 기억 현상

섹터는 2001년 『기억의 일곱 가지 최악』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일상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특징을 일곱 가지로 정리하였다. 처음 세 개는 잊는 실수이고, 뒤의 네 개는 다른 정보가 기억에 섞이는 오류들이다.

첫째, 일시성의 오류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서 보듯이 시간이 지나면 정확한 회상이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여기에도 일반적인 특징이 있다. 양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생략되지만, 중심적인 내용보다 지엽적인 내용이 더 빨리 사라지는 특징을 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도식에 맞는 정보로 회상하는 왜곡 현상도 보여준다.

둘째, 건망증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부호화를 하지 못하거나, 저장해 두었던 정보를 회상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다른 새악ㄱ에 몰두하는 바람에 차에 중요한 물건을 놓기 내린다든가, 무언가를 하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왜 들어왔는지 잊어버리는 것이 아주 흔한 예다. 건망증은 과거사를 기억하는 회고적 기억보다 앞으로 할 일에 대한 미래 계획 기억에서 더 두드러진다.

셋째, 차단 현상이다. 차단이란 잘 아는 정보가 회상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단어의 글자 수는 생각나는데 막상 그 단어는 생각나지 않고 혀끝에서 맴도는 듯한 설단 현상 등이 좋은 예다. 차단 현상은 장기기억의 인출 실패는 접속의 문제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넷째, 오귀인의 오류다. 친구와 얼굴 붉히며 언쟁을 벌이고 며칠이 지나고 나면 실제로 그런 말을 했었는지, 아니면 그런 생각만 했었는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내가 생각만 한 것인데, 실제로 그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 이는 그 사건의 출처를 잘못 귀인한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에는 사건의 중심적인 내용 외에 출처, 장소, 시간 등 여러 가지 일화적인 정보도 들어 있는데, 일화적인 정보의 연합이 약해지면 비슷한 사건 사이에서 출처를 오귀인 할 수 있다.

다섯째, 피암시성이다. 어떤 사건을 경험한 후에 다른 사람이 한 잘문이나 피드백 때문에 실제 일어난 적이 없는 사건을 일어난 것처럼 오기억하게 만들 수 있다. 오기억은 수사관이나 보조인의 질문 때문에 실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일어난 것으로 잘못 기억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적인 함의도 큰 문제다. 특정 사건을 유사한 다른 것과 구분할 수 있게 부호화하면 오기억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여섯째, 기억 편향이다. 현재의 지식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등이 기억을 편향시키기도 하는데, 일관성 편향, 자기중심적 편향이 대표적인 예다. 예를 들면, 특정 이슈에 대해 몇 년 전에 자신의 태도를 현재의 자신의 태도와 같은 것으로 잘못 기억하면 이는 일관성 편향에 빠진 것이다. 자기중심적 편향은 자신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 고등학교 때 성적을 실제보다 더 좋았다고 기억하는 것이 예가 된다.

일곱째, 지속성이다. 살아오는 동안 행한 것 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일 같은 경우 잊고 싶지만 반족해서 그 일이 생각날 수 있는데, 지속적 기억은 정신 건강에 해가 되기도 한다. 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같이 정서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의 경우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상황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보고한다. 이런 예는 기억이 정서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에빙하우스가 망각곡선을 발표한 이래 장기기억은 급속하게 망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옆자리에 앉았던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놀랍게도 몇 십 년이 지난 사건을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같이 충격적인 사건의 경우 그 소식을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중에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그리고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어떻게 느꼈는지 등을 세세하게 기억해 내는 경우다. 이와 같은 기억을 깜깜한 방에 플래시를 터뜨리면 모든 부분이 생생하게 보이는 것에 비유해서 섬광기억이라고 부른다.

섬광기억 현상은 장기기억도 급속하게 망각된다는 일반인의 생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현상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 결과를 보면, 섬광기억은 본인이나 주위의 다른 사람이 그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더 자주 되뇌이고 반복적으로 인출한 결과일 뿐이지, 섬광기억이 다른 기억과 질적으로 다른 기억이라고 보아야 할 근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섬광기억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첫째, 섬광기억이 다른 일반적인 기억에 비해 정확률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기억해 낸 내용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주관적인 확신이 아주 강했다. 둘째, 그 사건이 자신에게 의미있다고 생각할 때 섬광기억을 훨씬 더 많이 보여 주었다. 예를 들면,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인 킹 목사 암살사건에 대해 백인보다 흑인이 섬광기억을 훨씬 더 많이 했음을 보고하였다.

일반적으로 장기기억의 인출은 급속하게 감소한다. 그러나 바릭은 고등학교 동창의 사진이나 외국어 단어의 뜻과 같은 것은 오랫동안 정확하게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바릭과 동료들이 1975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4년이 지난 후에도 졸업사진에 있는 동창들의 90 % 이상을 재인해 내는 놀라운 결과를 보고하였다. 사람들이 단어보다 사진을 훨씬 더 잘 재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34년 후에도 90% 이상을 재인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물론 한번에 다 재인한 것은 아니고 이런절너 단서를 사용해서 재인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는 놀라운 결과다.

그럼 왜 사진에 대해서 이렇게 기억을 잘 하는 것일까? 아마도 단어에 비해 사진에는 정보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방으로 부호화되었거나 다른 정보와 정교화되어 부호화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사람들은 40년이 지난 후에도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대해 많은 부분을 기억 과잉 학습을 하고 분산 학습을 한 경우 지속적으로 기억을 잘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부호화가 잘 되면 그 효과가 지속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람들이 자기가 살아오며 일어났던 일을 기억할 때도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과 어긋나는 기억 현상이 나타난다. 루빈은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특정 단어를 단서로 주고 자기가 경험한 것을 회상하게 하였다. 전반적으로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처럼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일수록 적게 회상해 내었다. 그렇지만 이런 추세에 한 가지 예외가 있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 일어났던 일을 많이 회상해 내었다는 점이다. 이를 회가 절정이라 부르는데, 이때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라서 이 시기에 일어난 사건이 개인적으로 중요하였고, 따라서 부호화가 잘 되었기 때문에 회고 절정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3세 이전의 일은 거의 기억해 내지 못하는데, 이는 부호화가 잘 안 되었거나 3세 이전에 부호화하는 방식이 성인이 사용하는 부호화 방식과 달라서 성인이 되고 난 이후 인출을 못했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점점 더 건망증을 많이 호소하는데, 건망증은 왜 생기며, 왜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더 많이 생긴다고 느끼는 것일까? 기억을 하려면 부호화를 해야 하는데, 도식과 같은 관련 기억이 있으면 도식을 이용해서 부호화하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해 주의를 적게 기울이고, 많은 부분을 생략해서 부호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은 동시에 다른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 더 두드러질 수 있는데,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건망증을 경험한 것을 기록하게 한 것을 정리한 바를 보면 그런 경우가 많았다. 즉, 무언가 더 중요한 일이 있고 부수적인 일이 익숙한 일인 경우, 부수적인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부호화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건망증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기억보다 앞으로 한 일에 대한 기억인 미래 계획 기억에서 이런 실수를 더 많이 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