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심리학은 언어의 처리과정에 관심을 갖는다. 말소리, 단어, 문장의 언어 처리과정은 각각 다음과 같다.
1. 말소리 처리과정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소리보다도 언어를 구성하는 말소리에 특히 민감하다고 한다. 태어나서 10일도 안 된 신생아가 성인 언어가 허용하는 범위의 소리 주파수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말소리가 끊어질 때마다 입 주변의 근육을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다. 이와 같이 말소리에 맞추어 근육을 움직이는 현상이 자기 모국어에만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중국어를 전혀 들어 보지 못했던 영어권이 신생아에게 중국어 소리를 들려 주었을 때도 이와 같은 근육 움직임을 보였고, 녹음기를 통해서 들리는 말소리에도 마찬가지의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말소리가 아닌 소리, 예를 들면 리듬을 맞추어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는 이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증거는 인간이 말소리와 다른 소리를 구별하여 지각하는 능력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영아들이 가지고 있는 말소리에 대한 능력을 보다 정교한 말소리 처리과정을 통해서 찾아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아이마스 등은 1개월에서 4개월 사이의 영아들을 대상으로 습관화 패러다임을 사용하여 영아들이 ‘pa’ 소리를 지각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실험 절차는 다음과 같다.
영아들에게 젖꼭지를 물려주고 젖꼭지를 빨 때마다 ‘ba’로 지각되는 범주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러면 아기들은 자신이 젖꼭지를 빨면 ‘ba’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게 되는데, 아기들은 이러한 발성 소리를 듣는 것이 재미있기 대문에 더 빨리 젖꼭지를 빨게 된다. 그러나 얼마간 같은 소리를 계속 들려주면 아기들은 ‘ba’라는 자극이 더 이상 흥미롭지 않게 된다.다시 말해, 아기들은 ‘ba’라는 자극에 대해 습관화되어 ‘ba’라는 자극은 더 이상 새로운 자극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습관화되면 아기들의 젖꼭지 빠는 속도도 점차 감소된다. 빠는 속도가 충분히 감소되었을 때 실험지는 ‘ba’ 소리를 ‘pa’ 소리로 지각되는 범주의 소리로 바꾼다. 이때 아기들은 젖꼭지를 다시 빨리 시작한다. 이러한 결과는 아주 어린 아기들도 ‘ba’와 ‘pa” 소리를 구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어린 영아들도 말소리를 범주적으로 지각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이마스 등은 이러한 소리의 범주적 지각이 학습에 의한 결과라기보다는 선천적일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아이마스 등의 결과는 이들의 피험 아기가 적어도 2개월 동안의 언어적 경험을 가진 것이기에 경험적인 요인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리의 주적 지각이 선천적인 능력이라는 사실을 보다 강력히 지지해줄 수 있는 실험이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모든 언어에는 대략 40여 개의 기본소리(음소)가 있는데 언어에 따라 허락하는 소리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면, 일본어에는 /l/과 /r/의 구별이 없다. 따라서 일본의 성인은 자라면서 /l/과 /r/ 소리의 구별을 학습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버슨과 쿨은 /l/과 /r/로 시작하는 음절을 미국 성인과 일본 성인에게 제시하고 이 두 음절간의 유사성을 평정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는 미국인들은 /l/과 /r/을 별도의 집단으로 묶어 지각하는 반면에 일본인들은 그렇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말소리 지각에 대한 경험의 영향을 시사해 준다. 그렇다면 일본 성인들이 태어날 때부터 /l/과 /r/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태어날 때에는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그러한 자극을 접하지 못해서 나타난 결과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일본 아기들이 ‘la’와 ‘ra’를 구별하는지를 실험하였는데, 소리가 ‘la’에서 ‘ra’로 바뀔 때 일본 아기들은 젖꼭지를 더 빠르게 빨았다. 이러한 결과는 일본 아기들이 자기 모국어에 없는 음소까지 지각하고 있음을 보여 주며, 말소리 습득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해준다.
다양한 음소를 변변할 수 있는 능력은 학습에 의해 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미 갖고 태어난 변별능력이 언어 경험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다시 말해, 인간은 태어날 때는 인간 언어가 허락하는 모든 소리를 구별해 낼 수 있으나 특정 언어 확경에서 자라면서 자기 모국어에서 쓰지 않는 소리의 구분을 무시하게 되어 그 변별 능력이 소멸된다는 것이다.
2. 단어 처리과정
단어는 의미를 전달하는 최소 단위라고 볼 수 있기에 언어를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된다. 단어를 처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어 처리과정에는 단어 재인, 어휘 접속, 어휘 해석 등이 포함된다. 단어 재인은 단어의 음운 정보, 형태 정보, 통사 정보, 의미 정보 등을 이용하여 그 단어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어휘 접속은 그 단어와 관련된 의미 정보를 성화하는 과정이다. 어휘 해석은 단어가 맥락에 따라서 해석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과정을 요약해보면 하나의 단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단어를 확인하고 그 의미를 추론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이 맥락과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닌듯하다.
단어 처리를 이해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심성 어휘집에서 정보를 찾는 일이다. 심성 어휘집은 마음속에 있는 사전으로서 단어에 대한 의미, 품사, 철자법, 발음 등의 정보를 저장해 놓은 것이다. 우리는 단어를 보거나 듣게 되면 이 심성 어휘집을 뒤져서 그 단어에 대한 정보를 활성화한다. 이렇게 단어에 대한 정보를 활성화할 때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발생 빈도가 정보 활성화에 영향을 준다. 발생 빈도가 높은 단어는 낮은 단어보다 더 쉽게 인식되고, 어휘 판단에서도 더 빠르다. 포스터에 따르면 심성 어휘집의 어휘 항목은 사용 빈도에 따라 저장되고 있고 어휘를 탐색할 때 고빈도 단어부터 순서대로 처리한다. 둘째, 어휘 유사성이 정보 활성화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흔히 옆에 비슷한 음소가 있는 단어를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소리의 유사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셋째, 의미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항목의 처리가 촉진되는 의미 점화 현상이 있다. 두 개의 단어를 주고 단어인지를 판단하게 했을 때 이 두 단어가 의미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면 어휘 판단 시간이 단축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넷째, 어휘가 반복되면 활성화가 빨라진다. 다섯째, 맥락 효과가 있다. 이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단어가 의미 있는 문장을 구성하면 쉽게 인식하지만, 단어가 무의미하게 연결되어 있으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3. 통사 처리과정
단어가 연결된 것이 문장인데 언어의 이해는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기초가 된다.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별 단어의 의미, 개별 단어의 통사적 범주 정보, 의사소통적 상황, 문장의복잡성 등 다양한 지식과 과정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단어가 결합되는 구조적 관계를 계산해 내는 통사 처리과정은 정확한 의미 파악을 위해 필수적이다. 어떤 단어가 명사이고, 어떤 단어가 동사인지에 대한 통사적 정보는 각 단어의 위계적 구조를 형성하게 해주는데, 이러한 통사 정보에 근거하여 단어를 위계적인 구절 구조로 만드는 과정이 통사 처리과정이다. 대부분의 통사 처리과정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자율적이고 자동적인 과정이다.
통사 처리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는 다의성을 가지는 문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하나는 통사적 다의성을 가지는 문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문장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질 때 그 문장을 다의적이라고 한다. 이 다의성은 문장을 처리하는 어느 시점에선가 해소되어야 하는데, 가장 적은 인지적 부담을 가지고 해소할 수 있는가가 심리적인 주요 사안이 된다. 인지적 부담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몇 가지 통사적 책략이 제안되었다. 그중 한 가지 책략은 최소 부착이다. 최소 부착은 문장에서 새로 나오는 단어를 구절 구조에서 가장 적은 마디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부착하는 책략이다.
① 그 운전사가 청소부를 설득한 사실이 알려졌다.
② 그 운전사가 청소부를 설득한 건축가를 비판했다.
이 문장은 ‘운전사가 청소부를 설득한’까지 동일하지만 핵명사가 ‘사실’이냐 ‘건축가’냐에 따라 다른 구조로 분석된다. 최소 부착 책략에 따르면 ‘운전사가청소부를 설득한’은 하나의 절로 분석된다. ①의 경우에는 ‘운전사가 청소부를 설득한’이 관계절로서 ‘사실’을 수식해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②의 경우에는 ‘청소부를 설득한’이 내포 관계절로서 ‘건축가’를 수식하기에 재분석되어야 한다. 실제로 최소 부착 책략을 따르는 ①과 같은 문장이 재분석되어야 하는 ②의 경우보다 더 빨리 처리되었다.
또 다른 책략은 늦은 종결이다. 늦은 종결 책략은 새로 입력되는 단어나 구절을 현재 처리 중인 구나 절에 부착되는 책략으로, 현재 처리하고 있는 구나 절을 늦게 닫을 것을 권장한다.
③ Someone shot the servant of actress who was on the balcony.
늦은 종결 책략에 따르면 ③에서 ‘who was on the balcony’는 ‘actress’에 부착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말에서는 관계절이 핵명사 앞에서 수식하는 왼쪽 분자 구조를 이루기에 늦은 종결 책략을 가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책략을 사용하여 최소의 인지적 부담을 가지며 문장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