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과 심리치료를 명확하게 구별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심리학 뿐만 아니라 교육학, 사회복지학, 가족학 등 여러 관점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다양한 발달적 문제를 돕고자 하는 시도가 일어나면서 상담학이라는 용어가 생기고, 상담과 심리치료를 구별해야 한다는 관점도 있다. 상담 분야에서는 진료상담이나 학습상담과 같은 심리상담과 다른 영역이 있긴 하지만 심리상담은 심리치료와 같은 이론적 관점을 가지고 활동을 한다.
1. 상담과 심리치료의 정의
심리상담 혹은 심리치료는 심리적으로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이나 자기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도움을 주는 전문 분야다. 즉, 상담 혹은 심리치료는 전문적 훈련을 받은 사람과 도움을 받고자 하는 내담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기와 환경에 대한 의미 있는 이해를 촉진하고, 장래 행동의 목표나 가치관을 확립하고 명료화하도록 하며,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든 남이 보든 문제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해결해 나가지 못하거나 자신의 기대만큼 살고 있지 못할 때 상담이나 도움을 청하게 된다. 따라서 상담에서는 내담자가 겪고 있는 문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 또는 관리해 나가고 사용하지 못한 기회를 찾아 활용함으로써 더욱 풍요한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기분을 만들어 현재 봉착하고 있는 문제 상황뿐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문제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상담과 심리치료라는 용어는 학자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코시니는 본질적으로 상담은 인간 행동의 특정 영역에 대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정보나 조언, 지시를 주는 것을 강조한 반면, 심리치료는 사람들이 왜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발견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또한 김정희는 성장과 예방에 목표를 둘 때는 상담의 요소가 강하고, 병리적 상태의 개선이나 치유를 목표로 할 때는 심리치료라고 부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견해를 종합하면 상담은 정상인을 해결하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문제를 예방하고 인간이 보다 더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둔다. 반면 심리치료는 가벼운 심리적 문제에서 보다 심각한 정신증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 완화에서 성격을 변화시키는 것까지 다양한 범위의 문제에 초점을 둔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상담과 심리치료는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어떠한 문제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구별을 하고 있으나 치료과정이나 내용 측면에서 보면 엄격하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2. 상담과 심리치료의 유형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경우도 있고, 가족이나 부부 문제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여러 명의 내담자가 집단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심리적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삶의 기술을 배우고자 할 수도 있다. 치료자가 훈련받은 이론적 접근이나 내담자의 문제 특성에 따라 개인상담, 가족/부부상담 혹은 집단상담을 적용할 수 있다.
1)개인상담
치료자가 한 명의 내담자(혹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할 때 이를 개인상담이라 한다. 개인상담에서는 내담자가 호소하는 내용을 언어적·비언어적 대화나 다른 도구를 사용하여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치료자는 각자 가지고 있는 이론적 입장에 따라 상담을 진행하게 되는데,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와 증상에 따라 치료자이 주된 접근법이 아닌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심리치료사 중 절반 이상은 절충적 접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상담의 대상을 아동, 청소년, 대학생, 성인, 여성, 노인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각 대상에 따라 발달적 특성과 문제 유형이 다르며, 그에 따른 접근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2)집단상담
한 사람 혹은 여러 치료가 동시에 다수의 내담자를 대상으로 치료할 때, 이를 집단상담이라 한다. 집단상담에서는 사회기술, 대인관계 능력 향상, 자기 이해와 수용 능력의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한다. 집단은 형식에 따라 구조화 집단, 반구조화된 집단, 비구조화된 집단으로 나눌 수 있으며, 참여하는 사람들의 특성과 목적에 따라 치료 집단, 참 만난 집단, 자조 집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집단상담에서는 리더의 역할보다는 집단원의 상호작용과 역동이 개개인의 변화 촉진 요인이 된다. 이에 얄롬은 집단치료가 진정으로 효과적이려면 환자(집단 구성원)들이 서로 자유롭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그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하고, 이해하도록 도와주며, 궁극적으로는 각자의 부적응적인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3)부부/가족상담
치료자가 부부 또는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치료할 때 이를 가졌다고 지목(Identified Patient : IP)한다. 가족상담에서는 IP가 나타내는 문제 행동은 가족 체계 내의 역동속에서 발생·유지되며, IP와 다른 가족 간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 때 그 문제 행동이 사라진다고 가정하고, 가족 체계 전체를 치료 대상으로 삼는다. 가족상담에서는 문제를 가진 한 개인만을 변화시키기보다는 가족을 하나의 체계로 보고 역기능적인 가족의 구조와 가족 간의 상호작용을 변화시킴으로써 문제를 가진 가족 구성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부부/가족상담에서는 구성원 간의 이해, 화해와 성장 등을 목적으로 하며, 가족 구성원의 부적응적인 관계 패턴을 확인·이해하고, 나아가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역기능적인 가족 체계의 변화 뿐 아니라 구성원 내 개개인의 성장을 촉진한다. 골든버그와 골든버그에 의하면 가족치료에는 대상관계 가족치료, 경험적 가족치료, 다세대 가족치료, 구조적 가족치료, 전략적 가족치료, 인지행동적 가족치료, 사회구성주적 가족치료 등 다양한 이론적 관점이 있다. 이들은 주로 가계도, 가족 조각, 가족 규칙, 가족 신화, 이사소통방식 등을 통하여 가족 구조 및 관계를 이해하고, 가족 간의 상호작용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3. 상담과 심리치료의 치유 요인
심리치료에서 어떠한 요인이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코시니와 로젠버그는 치료과정에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아홉 가지 요인을 제시했으며, 이들은 인지적·감정적·행동적 요인으로 유목화된다.
인지적 요인은 보편화, 통찰, 모델링의 세 가지 요인을 포함한다. 내담자들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유사한 문제를 가졌으며, 인간의 고통은 보편적이라고 깨달았을 때 개선될 수 있다. 상담과정에서 내담자는 점차적으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의 동기와 행동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통찰은 내담자를 성장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내담자는 다른 사람을 지켜보는 것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치료자는 내담자의 좋은 모델이 된다.
감정적 요인은 수용, 이타성, 전이를 포함한다. 내담자는 치료자에게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을 받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치료자에게 존중받고, 수용되고 있따는 느낌은 내담자의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러한 경험을 긍정적인 전이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담자는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집단 상황에서 집단원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적 유대와 전이를 통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 외에도 내담자는 자신이 치료자나 잡단원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 또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돕거나 사랑과 관심을 제공하는 사람이 될 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행동적 요인은 안전하고 수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동반되는 상황에서의 현실 검증, 환기, 상호작용을 포함한다. 내담자들은 지지와 피드백을 받는 안전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행동을 실험할 때 변화가 가능해진다. 때로는 소리를 지르고, 울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통하여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 가치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변화를 시작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내담자는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의 행동에 무언가 잘못이 있음을 개방적으로 인정할 때 향상될 수 있다.